글쓰기 공포
- 종려

- 5월 25일
- 1분 분량
최종 수정일: 10월 20일

블로그를 만들면서 마음 한 구석엔 남모를 걱정이 생겼다. 과연 유저들이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릴까 하는 걱정이다. 애초에 그래서 이런 블로그보다는 짧은 글 한두 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이 제격이 아닐까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사이트는 게시판을 지원하지 않는다. 아마 내년쯤엔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.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차피 글을 쓰는 사람은 100명 중 1명 찾기도 힘들다는 것이 내 인생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. 수년 전부터 네이버 밴드를 운영하면서 제발 글쓰기 좀 하시라고 아니면 사진만 올리든지 댓글이라도 한두 줄 쓰시라고 독려해도 반응이 미미했다. 즉 글이 짧다고 해서 쓰는 사람이 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. 더군다나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교인들 입장에서는 속마음을 그렇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.
또한 우리 세대는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걸 미국 와서 늦깎이 공부를 하면서 느꼈다. 공부는 책을 읽는 것이고 글쓰기는 칠판에 제목만 게시하고 백지를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었다. 방법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고 그냥 쓰라고 강요하는 선생님이나 백지를 앞에 두고 한 시간 내내 진땀을 흘리는 학생이나 모두가 시대의 희생양이었다. 그저 우리말로 공부하는 것도 대단했고 밥을 굶지 않으면 다행이었던 시대에 문학이니 문장의 구성이니 하는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고, 일제 수탈 후 전란까지 겪었으니 학습 지도 체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으리라.
백지 한 장을 두고 망연자실하던 내가 이런 껍질을 깨부수게 된 것은 예수님을 만난 덕분이다. 내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내 입을 통하여 나오고 그 감격을 글로 표현하니 글쓰기가 되었다. 그리고 미국 대학에서는 내가 십대에 배우지 못한 게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고 감탄할 만큼 글쓰기를 분석적으로 세밀하게 철저히 가르쳐 주었다. 안타까운 것은 어린 시절의 손실을 만회할 만큼 인생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. 인생은 짧고 할일은 많다. 글쓰기 공포에서 모두가 벗어나길 기원한다. <이 블로그에서는 10명의 블로거를 지원한다고 하니 글쓰기 요청을 받은 분은 자원하는 심령으로 봉사해 주시길 바랍니다.>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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